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느끼듯이,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는 제대로 된 프로페셔널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허울만 좋은 이름일 뿐이지, 조금 심하게 말해 실제로는 주문대로 이미지 만들어주는 노예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짓과 다를게 뭐냐...

돈줄을 쥐고 있는 명분하에 클라이언트는 자기 나름대로의 의견을 펴서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명령대로 디자인하도록 강요 하지만, 결국 그렇게 만들어놓은 시안은 망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커리어 자체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마치 사생아와 같달까.. 내가 만들었지만 내자식이 아닌거다. 당최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걸까?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디자인을 포함한 예능교육에 시간을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크다. 그토록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인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디자인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은 보다 많은 장식을 붙이고 좀더 휘황찬란한 서체를 사용하며 하나라도 더 붙이고 보는게 전부인 것을 떠올리곤 한다. 단적으로 대학생들의 보고서(소위 리포트) 표지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학생들은 좀더 특이한 표제 서체와 바탕에 주제와 관련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흐리게 넣고 각종 클립아트들을 사용해 "디자인"하려 노력하지만, 그런 요소가 많아 질수록 오히려 점점 더 이상해저 가는걸 볼 수가 있다. 실제로 표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목과 자신의 학적정보 뿐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니 아무리 만지고 더 넣어봤자 계속 망가지기만 할 뿐이지 않겠는가.

그럼 이런 사람들은 예쁘게 만들기 싫어서 저러고 있는건가? 당연히 아니다. 몰라서 못 하는것일 뿐 디자인의 기초 이론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어쩌면 미술시간에 화가 이름 외우고 학파 양식 외우는 것 보다 간단할 지도 모른다. 자라나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아주 간단한 기본 원리만 가르쳐 놔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의 미술시간도 이래 줄이고 저래 줄여서 고등학생쯤 되면 아예 거의 안한다는거지만. 어쨌든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기업의 자리를 차지하고 디자이너와 co-work하며 그들의 얼토당토 않은 미적 감각을 배설하기 위해 디자이너를 부리고 있으니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리고 디자이너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둬라. 그들은 프로페셔널이다. 무엇 때문에 남들 수능끝나고 놀 적에 밤새워서 그림그리고 대학 4년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학교에 붙어서 살겠는가? 아무리 돈을 주는 클라이언트라고 해도 서로의 영역이 있다. 쉽게 말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거다. 일단 일을 맡겼으면 적어도 디자이너의 의견엔 따라야 하는것 아닌가. 클라이언트가 시시콜콜 참견하지 않아도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능력 하에 가장 미적으로 완성도 높은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래야 그들에게도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고, 이름값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맡기기 싫다면 디자이너와 일 하지 말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기술 좋은 알바 한명 구해서 제작하면 된다. 그럼 피곤하게 이것저것 되는지 안되는지 따져대는 디자이너와 말씨름 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일을 편안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퀄리티는 전혀 책임질 수 없겠지만 적어도 당신이 '원하는 대로' 결과물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디자이너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WRITTEN BY
artfrige
베이스 연주는 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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