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출판의 현주소
전자출판이 창궐한 이래 수많은 디자이너들(아마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은 매킨토시를 이용해서 인쇄,출판하고 있으며 지금도 그 환경은 거의 변함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매킨토시 하면 디자인용 워크스테이션을 떠올리는 이유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맥 오에스 역시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전자출판의 역사와 함께 버전업 되고, 기능이 추가되어 혁신적으로 변화해온 결과, 현재의 아름답고 편리한 OS X으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국내 출판환경의 현주소는 OS 9.2.2, 바로 클래식의 마지막 버전이다. 우리가 오에스 텐의 아름다움과 편리함에 감탄하고 있을 이 때, 불쌍하기 짝이없는 많은 출판 디자이너들은 아직도 구형 G4 머신 앞에서 퇴물이라는 딱지를 붙여 애플에서도 내다 버린 클래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클래식 오에스의 장례식을 치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오에스 텐으로의 이주는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으며, 심지어 올해 나올 10.5 Leopard에서는 아예 클래식 지원이 빠질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서 왜 국내의 환경은 이럴 수 밖에 없는지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원인은 애플이 아니다
국내의 전자출판 환경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레이아웃용 소프트웨어는 Quark사(www.quark.com)에서 제작하는 QuarkXpress이다. 과거 클래식 시절 QuarkXpress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레이아웃 할 수 있으며,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인 글과 그림에 대해 여러가지 파워풀한 편집 툴을 제공하고 있어, 마치 출판계의 Microsoft Windows같은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와 관련이 있다. 국내에 Quark 한글판이 국내에 들어올때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들어온 것이다. 때문에 QuarkXpress이외에 대안책이 없었던 당시의 영세한 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대부분 옳지못한 경로를 통해 QuarkXpress를 설치해 사용해왔으며, 그 결과 가장 많이 퍼지게 된 QuarkXpress 3.3 한글버전은 현재까지도 사용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어느 환경에나 변화는 있는 법, 1994년 경 발표된 후 널리 사용되어 온 QuarkXpress 3.3은 2000년대 들어 애플이 OS X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게 된 후 국내 출판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물론 PowerPC를 탑재한 매킨토시들은 OS X Classic을 통해 QuakrXpress 3.3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OS 9용 서체였다. 일부 락이 걸린 서체들은 Classic을 탑재한 OS X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려 버렸으며, 결국은 OS 9 네이티브 부팅이 가능한 2000년대 이전이나 초반의 G4 맥들만이 전자출판에 사용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하드웨어에 제약이 걸리게 되어버렸다. 지금도 중고 매킨토시를 거래하는 사이트에 가보면 심심치않게 OS9 부팅 지원된다는 글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때문인 것이다.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인쇄출판에 사용되는 이미지 포맷인 EPS파일은 300dpi에 A4사이즈라고 가정했을때, 내가 사무실에서 이용하는 G4 800을 이용해 불러오게 될 경우 포토샵에서 로딩하는 시간만 거의 1분대에 이른다. 하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파워맥 G5나 iMac Core2Duo에서는 길어봐야 20초 내외이다. 그래봤자 고작 40초 차이인데 그정도도 못기다리냐고 하시는 분들은 이것을 알아두셔야 한다. 어떤 작업이나 상업용 프로젝트에는 시간이 생명이다. 마감일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1초가 아쉬운 상황이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인쇄출판에 이용되는 고해상도의 이미지들은 책 한권에 한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수십개 수백개가 들어가게 되므로 하드웨어 제약때문에 이러한 시간이 모여,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또한 출력소도 문제이다. 만약 디자인 회사들이 OS X으로 전부 이주하였다고 해도, 출판에 쓰이는 옵셋 인쇄를 위해서는 필름을 출력하여 판을 만들고, 그것을 옵셋 인쇄기에 넣어 인쇄를 해야 하는데, 이 때 필름을 출력할 출력소들이 영세한 이유로, OS X과 PDF출력을 다룰 엔지니어를 교육시키는 일이나, 신형 맥으로 교체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가 힘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이 되고 나니, 외국과 같이 빠르게 OS X용 오픈타입 서체가 개발되고, 구형 매킨토시들은 신형으로 교체되어, QuarkXpress 7.0이나 InDesign CS를 통한 PDF 출판환경이 일찌감치 자리 잡아 OS X출판 환경으로 무리없이 전환된 케이스와 달리, 국내의 경우는 아직도 10년 전의 출판환경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젠가는 국내도 OS X 출판환경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앞으로 수명을 다해 사라질 G4 맥들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서체 개발사들의 오픈타입 서체 개발도 나름대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큰 디자인 회사들 중 OS X으로 성공적으로 이주한 케이스도 많으며, 충무로의 출력소 중 적은 수 나마 PDF출력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생겨났기에 이주하는데 그렇게 어두운 미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인식하여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현재와 같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적자면, 먼저 디자인 회사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인 디자인 회사의 요구가 있으면, 생산자 입장에 있는 출력소들은 싫어도 OS X환경으로 이주를 해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디자인 회사들이 OS X으로 이주하며 현재 거래하는 출력소를 PDF출력이 되는 곳으로 전부 바꾼다고 생각을 해보자. 아마 내가 출력소 사장이라도 OS X으로 냉큼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우리나라의 출판 환경은 90년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WRITTEN BY
artfrige
베이스 연주는 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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